디지털 유산

AI가 만든 콘텐츠도 유산이 될 수 있을까?

해삐푸푸린 2025. 4. 24. 15:29

AI가 만든 콘텐츠도 유산이 될 수 있을까?

 

 

1. 생성형 인공지능의 창작물, 문화의 새로운 주체가 되다

최근 몇 년 사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예술, 문학,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직접 콘텐츠를 창작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ChatGPT, Midjourney, DALL·E, Runway 등 다양한 도구들이 등장하며, 인간의 개입 없이도 완성도 높은 창작물이 대량 생산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처럼 AI가 생산한 콘텐츠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서 디지털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으며, 창작된 작품들이 전시, 유통, 소비되면서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즉, AI 창작물은 더 이상 기계의 산출물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주체로 간주될 수 있다.

 

 

2. AI 콘텐츠의 문화유산 가능성, 보존의 기준은 무엇인가

문화유산으로 분류되기 위해선 콘텐츠가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녀야 하며, 시간의 흐름에도 의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만든 콘텐츠 역시 이 기준에 부합할 수 있을까?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는 AI가 만든 시, 그림, 음악이 공모전에서 수상하거나 실제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작품은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는 AI 콘텐츠도 사회적 기억과 문화적 상징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증거다. 중요한 건 이러한 AI 창작물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 시대와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함께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결국 AI 콘텐츠도 인간과 사회의 영향을 받으며 존재하는 만큼, 문화유산으로서 보존될 자격이 충분하다.

 

 

3. 보존의 기술적 과제: AI 콘텐츠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AI 콘텐츠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순수 디지털 파일이므로, 보존에는 기술적 도전이 따른다. 우선, AI 콘텐츠는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 저장되며, 저작권과 접근 권한이 특정 기업에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공공 접근성과 원본 보존에 한계가 생긴다. 또한,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경우, 버전, 프로세스, 생성 파라미터까지 함께 보존되어야 진정한 의미가 남는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미지를 저장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프롬프트와 알고리즘, 모델 버전으로 생성되었는지를 기록해야 디지털 고고학적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AI 콘텐츠의 유산화를 위해선, 기술 기반 메타데이터 관리 시스템공공기관 주도의 장기 아카이빙 전략이 필요하다.

 

 

4. 창작 주체의 모호성: 인간 없는 예술의 유산화 논란

AI가 만든 콘텐츠를 유산으로 인정할 때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는 창작 주체의 불분명성이다. 예술은 전통적으로 창작자의 감정, 철학, 시대정신을 담아낸 결과물로 여겨져 왔고, 이는 유산의 핵심 조건 중 하나였다. 하지만 AI는 감정을 느끼지 않고, 철학적 의도를 갖지 않으며, 인간이 설정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생성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창작물은 의미 있는 유산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많은 학자들이 ‘AI 콘텐츠도 인간-기계 협업의 산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간이 입력한 맥락과 사용 의도, 그리고 사회가 부여한 의미를 고려해 공동 창작물로서 유산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즉, AI도 문화 형성의 참여자가 될 수 있으며, 그 결과물은 기억하고 전승할 가치가 있다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